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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1일 이른 아침 모스크바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 미국이 대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으며 불바다가 되고 있다는 흥분된 소식이었다. 그럴리가 하면서 텔레비전을 틀어보고야 진상을 알았다.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미국과 세계경제의 중심인 맨하탄의 거대한 무역센타가 납치한 비행기의 자살공격으로 처참히 무너져 내리고 5천여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천하무적을 자랑하는 미군의 심장부가 공격 당하고 대통령과 각료들은 벙커를 전전하였다. 평화롭던 미국이 하루아침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이다. 그 후에도 추가테러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탄저균 소동으로 우편이 마비되었다. 인종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반이민 무드가 확산되었다. 항공과 여행업계를 시작으로 미국경제는 악화되고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정부와 매스컴들은 한결같이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과연 테러와의 전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이미 미국은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대대적으로 공격하여 탈레반정권을 축출하고 친미정권을 수립하였다. 알카에다 잔당과 빈 라덴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대국적 견지에서 복수적 정의는 충분히 실현되었다. 그러나, 부쉬대통령은 년두연설에서 '악의 축' 3국을 지정하고 먼저 이락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면 과연 테러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인가? 테러는 악한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기습하여 무참히 죽이는 테러야말로 지상에서 사라져야 할 죄악이다. 그러나, 인류가 타락한 이후 악은 언제나 존재하였고 주님이 재림하실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국가는 공연히 칼을 가지지 않았고 하나님의 사자로서 정의를 시행해야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죄악과 테러는 좌시될 수 없고 응징됨으로서 억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악의 문제에 대한 철저하고 진정한 해결은 국가의 무력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민족과 인종을 초월하는 인류애와 평등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구약시대나 지금이나 하나님이 자기 민족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복음은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동일하게 적용되며 여하한 민족적 차별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슬람테러의 구조적 원인이 된 중동문제 배후에는 복음의 거부와 오해가 도사리고 있다. 유대인은 여전히 민족적 우월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기독교 일부가 부추기고 있다. 로마 카톨릭교회는 유대인을 선교대상에서 제외함으로서 유대주의를 정당화하였으며, 개신교 세대주의는 이스라엘의 최종적 승리와 세계 지배를 신앙함으로서 시온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근래에 미국정치가 세대주의의 본산인 남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과 전투적인 반아랍정책은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같다. 모든 민족은 고귀하며, 하나님은 이스라엘도 아랍도 사랑하신다. 그들이 아직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적 대속을 믿지 않지만, 언젠가 그들도 눈물을 흘리며 그리스도에게 돌아올 것이다. 모든 인류는 인종과 민족과 온갖 사회적 구분에 관계없이 모두 아담과 하와의 자손인 형제들이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고귀한 존재들이다. 실로, 인종주의와 민족주의야말로 복음의 진보를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다. 미국은 동시에 이스라엘과 아랍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유럽교회의 몰락 이후 기독교의 중심으로 부상한 미국이 복음의 민족적 평등성을 수용하고 인종적 화해를 실현하는 정의로운 나라가 될 때, 아마도 테러와의 전쟁은 끝날 것이다.

 

(크리스챤 헤럴드, 200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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