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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시대의 기독교(1)  서론

​포스트 모던 시대의 도전 

오늘날 우리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살고 있다. 종교와 계시가 지배하던 중세의 전근대성(pre-modernity)을 전복하고자 시도했던 계몽주의 운동은 서구사회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근대라고 불리는 시대의 사회적 특징인 모더니티(modernity)가 점차 사라지고 탈근대화가 모든 면에서 진행되면서 포스트모더니티(post-modernity)가 대세로 정착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근대성이 이성주의에 기초하여 절대 진리와 절대 윤리를 숭배했다면, 탈근대성 혹은 현대성은 절대성에 대한 신앙이 몰락하고 상대주의적이며 다원주의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이혼이나 혼외정사나 동성애와 같은 과거의 죄악들이 더 이상 정죄되지 않고 관용되는 윤리적 상대주의로부터 시작하여 절대 이성에 근거한 보편적 진리가 부정되고, 한 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절대 종교도 부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복음과 진리를 주장하고 전파하는 기독교는 매우 힘든 시기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바울이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딤후 4:2)고 말했을 때, 복음 전도에는 하나님의 ‘때(카이로스)’가 있다는 사실이 전제된다. 교회의 역사를 살펴 볼 때 복음이 대대적으로 수용되는 때도 있었고 왕의 개종이나 기독교 국가의 정복으로 인해 쉽사리 많은 신자를 얻은 때도 있지만, 고난의 시기에는 있는 신자마저도 잃어버리는 때도 있었다. 우리는 때를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 어려운 시대를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시대에는 사상적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정신(Zeitgeist)이 있는데, 이성주의와 실존주의에 이어 196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더니즘, 즉 탈근대화운동이 발생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란 근대의 이성주의 신앙을 해체하자는 사상운동으로서,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요구한다. 이러한 풍조는 철학뿐 아니라 제반 문화활동과 종교생활을 포함한 생활의 전 영역에서의 변화를 요구한다. 물론 이러한 사상운동이 전 인류나 학계의 전폭적인 수용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면에서 그것은 이제 일으키고자 하는 노력이라기보다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변화를 서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불리는 급진적 철학은 소수만이 따르고 있으나, 탈근대적 경향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오늘날 이미 모든 분야에서 대세로 정착하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발생하여 인류의 호응을 받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서구 사상사에서 근대에 일어난 인간중심의 이성주의는 기독교신앙을 대체 혹은 수정하고 최고의 권위로 등장하여 과학시대를 열었는데, 종교와의 분리를 진행하면서 점차 종교적 기반을 상실한 절대 진리의 주장은 그 근거와 설득력이 약해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절대적인 합리성과 윤리에 대한 신앙이 더 이상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종교의 약화와 세속화라는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 절대 진리의 몰락은 자연히 상대주의적 사고 혹은 다원주의적 경향을 불러 일으켰다.

둘째로, 근대에 발생한 이성주의적 낙관론은 역사적 유토피아를 추구하였으나, 2차의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동전쟁, 보스니아전쟁 등의 발생으로 인하여 크게 위축되었으며, 전쟁에 대한 전 인류적 회의는 평화주의(pacifism)를 불러 일으켰다. 평화주의는 일부집단이 그들의 진리성과 정당성에 근거하여 타 집단을 억압 혹은 제거하려는 일체의 이데올로기적, 혹은 사상적 및 종교적 절대주의를 정죄하게 만들었다. 즉, 절대주의가 전쟁과 분쟁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절대 진리를 부르짖는 종교에 대한 강한 회의가 제기되었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은 종교 간의 대화나 연합, 혹은 종교 간의 평화를 강력히 요구한다.

셋째로, 20세기에 식민주의 통치가 종언을 고함으로서, 그동안 서구백인의 우월성이라는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독립하여 주권을 회복한 국가와 민족들에서는 강력한 민족주의와 전통문화 및 종교에 대한 부흥운동이 일어났다. 비록 대부분의 비서구세계가 근대화와 연관하여 

서구화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서구문화의 영향과 우월성이 완전히 무시될 수 없는 현실이지만, 반식민주의적인 민족주의 입장에서 어느 특정 민족문화나 민족종교의 우월성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다원주의적인 사고가 국제사회에서 수용되며, 특히 문화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넷째로, 20세기에 인류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경제주의적 사고에 익숙해지면서 경제논리가 중심적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경제논리는 과거의 모든 권위로부터 탈피하여 경제적인 것이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 본질적인 가치와 권위가 부정되는 추세에서 문화활동도 경제논리에 지배를 받게 되었으며, 따라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문화상품이 권위에 우선한다. 이와 같은 현대의 문화이론은 획일적인 사고나 문화를 지양하고 다양한 문화 창조를 고무하기 때문에, 자연히 문화생활에 있어서 다양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일어났다. 그러한 원인들은 종합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반동적 운동을 발생시켰고, 이러한 사조는 획일적인 절대주의를 부정하고 다원주의(pluralism) 사고를 요구한다.

끝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복음을 전파하는 기독교는 교회역사상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였으나, 성령님은 항상 교회로 하여금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계속 발전하도록 이끌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시험을 주지 않는다는 말씀은 포스트모더니즘도 교회가 극복할 수 있다는 하나님의 약속과 보장이다. 노련한 선장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순풍만이 아니라 역풍을 이용해서도 항해할 수 있다. 탈근대운동은 기독교의 신앙과 하나님의 계시를 부정하고 인간 이성을 숭배한 근대의 전복이라는 점에서 적의 적은 친구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성주의로 인해 손상된 기독교의 풍요한 복음을 회복할 수 있는 시대적 여건이 형성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은총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포스트모던시대의 기독교가 어떻게 시대적 역풍을 이용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발전시키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방법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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