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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동안 치과의사로 봉직했던 한 분이 70세에 풀러신학교에 유학을 와서 모든 신학수업을 우수하게 마치고 지난달 귀국하였다. 그는 남은 여생 힘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다른 사람을 돕겠다면서 이 분야에 선구적인 미국교회들을 연구하여 노인목회에 대한 학위논문을 완성했다. 귀국해서 노인들만 남아있는 농촌교회를 섬기며 의사친구들과 함께 그를 필요로 하는 노인들의 영혼과 육신을 돌보아 주겠다는 그의 흥분된 결의 앞에 고개가 수그러졌다.

그는 이제 동년배들이 은퇴하고 편안하게 쉬려는 고령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실로 새로운 시작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그러나 이제 내 인생은 이미 결정되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닫혀있다. 또는 과거의 성취에 연연하거나 안일한 삶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그것은 닫혀있다. 사도 바울은 많은 업적을 이룬 시점에서도 이렇게 고백하였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그는 매일 십자가와 부활을 경험하며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였다.

우리가 모두 새해를 맞지만,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는 사람에게만 진정으로 새해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시작은 자기의 이기적 욕망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사랑하기 위한 것일 때 참으로 아름답고 참되고 거룩한 시작이 될 것이다.

(중앙일보 미주판, 200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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