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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언제까지 담배(cigarette)를 팔 것인가? 

정부의 도덕성과 공기업의 민영화

한전의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노조의 동투가 시작되고 있다. 기나긴 의료파업에 시달린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전의 파업으로 추운 겨울에 어두운 냉방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왜 수많은 공기업 가운데 한전이 민영화의 표적이 되는 것일까? 구조조정이 지체되고 있는 공기업의 대표적 본보기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경제적인 최대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정부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정부가 경제주의에 치우친 나머지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처리하는데 문제를 느낀다. 정부는 정의를 시행하는 기관으로서 도덕적이어야 한다. 범죄자를 처벌하는 정부가 비도덕적이면 사회는 정부를 불신하고 도덕적 권위가 상실된다. 나는 많은 정부기업 가운데 먼저 부도덕한 기업을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대표적인 기업으로 한국담배인삼공사를 들 수 있다.


담배는 백해무익한 상품인데도, 정부는 담배를 팔아 거대한 수입을 챙기고 있다. 1년 판매고가 4조원에 달한다. 지금 선진국 정부들은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담배를 팔고 있기 때문에 금연운동에 소극적이다. 물론 담배공사가 과거의 전매청과는 다르지만, 정부기업인 것은 틀림없다. WHO의 발표에 의하면, 매 10초마다 한명씩, 매년 약 400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담배를 판 수입 때문에 많은 국민들을 소리 없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흡연율이 서구는 약 30%인 반면, 우리는 70%에 달하는 흡연 1위국이다. 이 책임도 정부에 있다. 정부는 하루 속히 담배공사를 매각한 다음, 국민의 편에 서서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그러면, 흡연율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담배의 해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도 매년 담배연기로 4조원을 날려 버릴 뿐 아니라, 담배로 유발된 질병 치료비로 또 4조원이 소모된다. 그리고 한 은행의 계산에 의하면, 담배를 안 피울 경우 1인당 5억 원이 저축된다고 한다. 건강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많은 사람이 흡연으로 인해 폐암과 구강암 등이 발생하여 고통을 받고 죽어간다. 정신적으로도 담배의존증이라는 정신병을 유발시켜 담배 없이는 불안에 떨도록 만든다. 전 국민이 1년에 2400개비의 담배를 피우며 자기와 가족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흡연을 정부가 소유하고 보호한다니 한심한 일이다.


정부는 공기업을 민영화함에 있어서 경제적인 이유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부도덕한 기업을 청산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정부는 조금 더 도덕적이 될 수 있으며, 정부가 자기 안의 악을 더 제거할수록 우리나라는 보다 더 도덕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앤조이 칼럼 2000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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