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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판사가 국기에 대한 선서를 위헌이라고 판결하였다. 그 안에 있는 ‘one nation under God', 즉 ’하나님 아래서 하나가 된 나라‘라는 문구가 종교적 중립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말이다. 그것은 단순한 법문만 보면 틀린 판단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왜 국회가 즉시 만장일치로 이 판결을 거부하며, 대통령을 비롯하여 온 나라가 비판하는 것인가?

미국은 본래 기독교신앙 위에 건설된 나라로서, 미국과 기독교는 분리할 수 없다. 심지어 기독교가 많이 약화된 오늘날에도 매주일 국민의 약 40퍼센트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갤럽이 매월 조사하는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보다 두배나 높은 교회출석율을 보이며, 서구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독교국가인 것이다.

미국은 1776년 13개주가 연합하여 형성된 연방국가인데, 13개주는 모두 기독교를 주교(州敎)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나라로 연합하면서 민주주의를 수용하였고 그에 따라 종교의 자유를 명문화함으로서 국교(國敎)가 하루밤에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에서 국교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면화된 것이다. 단지 비기독교인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합의일 뿐, 그 이상의 아무런 근본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그 이전에는 주일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을 감옥에 가두기도 하였다.

오늘날 지상의 국가들은 대부분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함으로서 국교를 부인하고 있지만, 국교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에서 국교는 내면화되었으며, 헌법보다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기도 한다. 종교적 공존과 평화 속에서도 내면적 국교는 존재하며, 점진적 변화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부시대통령과 국회는 내면적 국교를 보는 반면, 그 판사는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중앙일보 미주판, 200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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