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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적과 신비적 현상에 큰 호기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것이 무료한 일상과 다르며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난치병이나 사형선고를 받은 병자들은 마지막 희망을 종교적 기적에 걸기도 한다. 실로, 종교와 기적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도 많은 기적을 행하셨으며, 사도들도 그리하였다. 그런데,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적그리스도와 거짓 선지자들이 신앙이 연약한 그리스도인들을 유혹하는 방법이 바로 '큰 표적과 기사'라는 경고이다. 그들은 능력있는 주의 종으로 가장하며, 심지어 자신들도 모르고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거짓선지자들은 예수님을 만나서도 자기들이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많은 권능을 행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그들은 전혀 예수님과 무관한 거짓 선지자로 정죄되었다.

과거에는 미신타파운동을 전개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미신이 크게 범람하고 있다. 상당수의 교회들도 기적만을 추구하고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더 많은 기적을 체험하며 자기의 병을 고치고 자기의 이익을 구하는 이기적이고 기복적인 저급한 신앙에 얽매여 성숙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부인이나 자기희생과는 무관하고 십자가의 명령이나 고난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다.

기독교는 기적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것은 예외적이고 부수적일 뿐이다.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은 이웃사랑과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일이며 그것을 위한 자기 희생과 십자가의 고난이다. 예수님은 기적에만 탐닉하는 유대인들에게 다시는 이적을 행치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계시록에 보면 우상이 말도 하고 불도 내리고 사람들을 죽이는 기적을 행하여 유혹한다고 했는데, 어느 불상이나 동상이 입을 열어 말하고 거부하는 자를 불로 죽인다면 아마도 많은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그 앞에 나아가 절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앙일보 미주판, 20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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