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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5)

가정의 재정립

포스트모던 시대의 도래는 가정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가정이 사회의 근간으로서 질서와 권위와 전통의 요람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전통적 가치의 해체를 주장한 포스트모더니즘, 즉 탈근대화운동은 필연적으로 전통적 가정의 해체 혹은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였다. 그 결과 가정의 갈등과 이혼의 급증, 가정의 파괴로 인한 자녀들의 탈선, 결혼과 출산 기피, 자유 동거의 확산, 성적 자유와 불륜의 만연, 동성애와 동성가구의 증가 등 가정의 존속 자체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탈근대화가 가장 심각하게 진행된 유럽의 경우 결혼과 출산의 기피로 급격히 몰락하고 있으며, 그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근대의 중심이었던 유럽의 인구가 1950년에 세계인구의 20퍼센트였으나 2050년에는 5퍼센트로 감소하여, 이런 추세라면 중동과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유럽을 장악하게 되리라 전망된다. 또한 부요한 나라들의 출산 기피와 가난한 나라들의 계속적 출산은 세계 미래의 근본적 재편을 예고한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유지되었던 전통적 가정의 해체를 초래한 것은 근대 말기에 발생한 두 가지 사회현상 때문이었다. 그 하나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한 도시화(urbanization) 현상이다. 가족과 친척이 모여 살았던 고향을 떠나 아무 연고 없는 도시로 이주하면서 사실상 가족과의 단절이 보편화되고 대가족제도가 핵가족(nuclear family)으로 대체되었으며, 대가족제도의 몰락은 가정의 절대적 권위나 전통의 해체를 결과함으로서 가정이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여기에 가세한 것은 성 혁명(Sexual Revolution)이었다. 서구의 세속화와 절대 가치의 와해로 유발된 성 혁명은 여권신장운동과 성적 자유풍조로 나타났으며, 미국에서 1960년대에 폭발하였다. 오랜 동안 힘의 열세로 차별을 받아왔던 여성들이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참정권과 평등권을 획득하고 여성교육의 보편화와 산업사회에서 여성인력의 대규모 취업으로 남성과 동등한 힘을 가지게 되었을 뿐 아니라 대가족적 압력에서 해방됨으로서 부부갈등이 야기되었으며, 헤게모니 싸움은 결국 이혼의 급증과 그로 인한 결손가정과 재혼가정의 양산을 결과하였다. 현재 미국의 결혼지속기간은 7년에 불과하며, 초혼의 약 50퍼센트가 이혼하고 재혼도 60퍼센트가 다시 이혼한다. 그 결과 50퍼센트 이상의 어린이들이 양친과 함께 살지 못하는 불행을 경험하는데, 결손가정의 자녀 자살율이 3배나 높다고 한다. 이와 같은 가정의 파탄과 함께 성의 자유화 풍조는 결혼과 출산의 기피, 자유 동거와 

낙태의 만연, 불륜과 성의 퇴폐화, 음란산업과 동성애의 확산을 결과하였다. 성 혁명 이후 미국의 결혼율은 3분의 1 감소하였고 자유 동거는 10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매년 100만명 이상이 혼외 출산으로 태어나고 동성애 가구가 70만에 달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점점 증가 일로에 있다.

 

이와 같은 가정과 성의 해체와 혁명적 개편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대표적인 포스트모던 철학자 미셀 푸코는 스스로 동성애자였으며 결국 에이즈로 사망하였는데, 그는 방대한 저서 <성의 역사>에서 한 마디로 “성은 없다”고 선언하며 탈성화(desexualization)를 주장하였다. 고정적인 성 관념이나 전통적 가정은 힘 있는 자들, 즉 순종적인 여성을 선호하는 남성우월주의자들이 창조하고 유지해 온 힘의 보루일 뿐이어서 그것이 유지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간주하고, 이러한 불평등체제를 전복하고 모두가 각기 원하는 성과 가정 형태를 선택하기 위해서 힘을 모아 정치적 권력을 행사해야 된다는 성 정치학(sex politics)을 주창하였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영향이다. 그는 신의 죽음을 외치며 영원불변의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고 단지 힘을 가진 자의 주장이 진리가 된다는 <권력에의 의지>를 제안하였다.

실로, 현대에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가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으며, 아무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현실적으로 포스트모던 가정(postmodern family)은 모던 시대의 가정과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성 혁명 이후 부상하기 시작한 현대적 가정을 최초로 개념화한 에드워드 쇼터는 근대적 가정과 구별되는 3가지 특징으로 부부관계의 불안정성, 이혼률의 급증, 그리고 여성의 자유화로 인한 안식처 개념의 파괴를 들었는데, 그 이후 매우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많은 여성의 취업으로 자녀가 학교와 탁아소를

전전하면서 학교 교육의 보편화로부터 발생한 가족 가치관의 절대적 전수체제가 무너지고, 자녀들이 다양한 가치관에 노출되면서 가정의 전통적 기능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던 아동이 발생하였다. 더욱이 현대의 개인주의와 다원주의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가지고 공존하는 형태를 수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가정의 충돌과 분열을 야기하게 된다. 나아가 가정의 개념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동거가정이나 동성가정 등 가정의 개념이 공간적 가구(household)의 개념으로 대치되기도 한다. 또한 부계주의가 도전을 받고 가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러한 포스트모던적 도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첫째로, 성경적 가정 개념을 선입견 없이 재성찰하고 새로운 현실에 긍정적으로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격하게 말해서 대가족주의나 부계주의나 권위주의적 가장 개념, 또는 자녀에 대한 소유개념은 성경적 근거가 없으며 단지 문화적 전통일 뿐이다. 물론 오랜 동안 고착화된 가정구조의 수정이 이러한 의식구조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쉬운 일이 아니며, 따라서 심각한 충돌이나 이혼 혹은 가출과 같이

파괴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고 평화롭고 유연한 전환을 위하여 인내와 이해로 점진적 변화를 창출하는 사랑과 지혜가 필요하다. 죄악의 영향력이 침식한 가정의 모든 부분과 양상들이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혜로 정화되는 가정의 구속과 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부부의 인격적 평등성과 기능적 차별성을 혼동해서는 안 되며, 타락과 구속 상황에서 부부의 관계를 일관되게 사랑과 복종으로 규정한 구조적 섭리를 수용해야 한다. 또한 미움과 투쟁이 아니라 사랑의 실현이 가정과 구원의 목적으로서, 두 성인이 사랑 가운데서 만나 결합하여 한 가정을 이루고 부모의 사랑 가운데서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 사랑 안에서 양육되어 하나님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나도록 한 가정의 섭리를 실현해야 될 사명이 최우선적(priority)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 부부는 새로운 포스트모던적 상황의 적응에 있어서 세속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헤게모니 싸움을 정당화하지 말고 겸손한 대화와 온유한 희생으로 상호 합의 가운데 행복한 사랑의 가정을 창조적으로 이루어 나가야 한다.

둘째로, 세속적 결혼관에 오염되지 말고 결혼의 신성함을 재확립해야 한다. 오늘날 가정의 급격한 와해를 야기한 이혼의 급증은 사회적 관용과 함께 결혼의 비신성화(desacralization)에 기인하고 있다.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이 짝 지워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더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을 감행한다. 결혼이 단지 두 사람의 일시적 합의에 의한 개인적 행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합의하면 이혼할 수 있다는 세속적 결혼관이 팽배한 이 시대에도, 우리의 결혼이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결합이며 하나님의 허락 없이 인간의 합의만으로 이혼할 수 없다는 분명한 인식을 확립해야 한다. 결혼은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고 사랑의 가정을 건설하라는 하나님의 미션이다.

 

셋째로, 성의 소명에 순종하고 자녀들의 성적 정체성을 확립해 주어야 한다. 하나님은 추상적인 인간을 창조하지 않고 남자 아니면 여자를 창조하였으며, 이러한 성적 창조는 성의 소명을 부여하는 신적 행위이다. 남자에게는 남자의 소명이 있고 여자에게는 여자의 소명이 있다. 남자에게는 남자의 구원이 있고 여자에게는 여자의 구원이 있다. 물론 공통적인 소명도 있지만 중성적인 인간의 소명이나 추상적인 인간의 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녀도 아들 아니면 딸이 주어지기 때문에, 아들은 남자답게 딸은 여자답게 양육하여 자기의 성적 소명을 감사하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을 확립함으로서 성장하여 새로운 가정의 아름다운 조성자들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개발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자녀에게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동성애자의 절대 과반수가 부모의 성 역할이 전도되었든지 자기의 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혼란된 성적 상황에서 자라났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 크다. 자기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풍요하게 개발하여 실현할 때 행복한 가정과 조화로운 교회, 그리고 풍요한 사회를 이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정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언약 공동체라는 구속사적 사명을 인식해야 한다. 가정은 단순히 두 남녀의 필요를 충족하고 자녀를 출산하여 자기세력을 확산하는 이기적 장치가 아니라, 이기성의 죄악으로부터 해방되어 희생적 사랑을 개발하고 구원을 실현하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헌신을 형성하는 언약 공동체(covenant community)이다. 따라서 자녀의 교육은 세속적 출세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겸손과 기쁨의 인격을 형성시켜 이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에 헌신하고 훈련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포스트모던적 도전은 단순한 전통주의를 극복하고 가정의 성경적 재정립을 이룩할 수 있는 은총의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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