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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가 고도로 비인간화되면서 자폐증이라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에 만명당 한명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50명당 1명의 어린이가 자폐증을 보이고 있다. 자폐증(自閉症, autism)이란 말 그대로 외부를 향해 자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슬픈 마음의 병이다. 환경적인 원인과 유전적인 원인이 논의되고 있으나, 현대의 하이텍 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개인주의, 비인간화, 기계화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사람보다는 컴퓨터나 텔레비전과 같은 기계들과 친숙하게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대화나 대인관계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으며, 이는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폐증의 특징을 보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관계능력의 부재,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과 감정중심으로 행동하는 동정심의 결여,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 타인에게 배우지 않으려는 모방의 부재, 대화의 거부 등이다. 이런 성향은 단순한 정신적 결함이라기 보다는 깊은 영혼의 병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모두 자폐증 환자라고 할 수 있으며, 현대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사람에게 중요한 인간성의 본질은 인격적 관계능력이다. 하나님은 사람이 하나님과 사람을 사랑하도록 창조하셨으며, 사랑의 인격적 관계가 가장 고귀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인생의 진실을 외면하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채, 창조자와의 관계를 거부하고 인간관계도 형식적이고 외식적이며 수단적인 관계로 제한할 뿐 아니라 물질이나 기계를 추구하고 친숙해짐으로서 자신을 외롭고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시켰다. 교회는 하나님과 사람들과 진실한 교제를 나누는 관계의 장으로서, 현대의 슬픈 자폐증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앙일보 미주판, 200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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