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박정희 흉상 철거사건을 생각하며

영웅주의는 인간이 타락하면서 발생한 죄악

최근에 박정희 흉상에 일장기를 씌우고 목에 밧줄을 묶어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하는데 정부가 200억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되면서 민주운동 단체들, 교수들, 독립 운동가들을 비롯하여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6년 이 동상을 세운 홍익대의 민주동문회가 중심이 되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철거하였다고 말한다.


정치적인 변화와 함께 동상이 무너지는 일들은 흔히 있다. 우리는 소련의 공산정권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레닌 동상이 무너지는 장면들을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생혁명이 일어난 후 거의 국부적 존재였던 이승만 동상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미 군사독재가 무너진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이제야 그 동상을 무너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한편은 그의 동상을 무너뜨리려 하고, 한편은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700억을 들여 그의 기념관을 세우려 하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영웅주의의 문제일 것이다. 한 인간의 동상을 만들고 세우는 일이야 누가 탓하며 말리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너무 한 인간만을 절대화하고 영웅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서구에 가면 중심가에 수많은 동상들이 줄지어 서있다. 그러나 우리 광화문에는 하나의 동상밖에 없다. 이승만의 동상을 무너뜨리고 박정희의 동상을 세운다. 왜 공존할 수는 없을까? 그가 절대적인 영웅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웅주의는 인간이 타락하면서 발생한 죄악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나,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은 자기들 가운데서 지도자를 추대하고 그를 신격화하였다. 교만해진 지도자는 정말 자기를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였다. 평등과 공존을 부정하고 절대자로 군림하는 지도자들은 자기가 마치 신이라도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지지만 그것은 허상일 뿐이며, 그러한 우상은 언젠가 무너지고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다.


현대는 어느 시대보다도 스타를 추구하고 영웅을 숭배한다. 심지어 교회도 스타를 추구하고 스타목사는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교만해진다. 교인들은 그 목사의 죄악적 실체를 알지도 못한 채 허상에 심취하고 감격해 한다. 우리가 모두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simul iustus et peccator)이라고 외친 종교개혁자의 자기고백은 우리의 실상을 가르쳐준다.


우리에게 선행과 성취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일 뿐이다. 그래서, 바울사도와 같은 대지도자도 매일 죄인 중의 괴수임을 고백하며 자기를 부인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교회는 겸손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며,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영웅의 허상은 우상이며, 그것은 언젠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 기독교의 최후심판 사상은 인간으로서 신적 존재를 자부한 모든 자에게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뉴스앤조이 칼럼 2000년 11월 12일)

bottom of page